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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두 돌 지난 아이에게 TV 시청을 어느 정도 허용해 줘야 할까? (우리집 거실에 TV가 없는 이유)

by 골드파파 2022. 10. 11.

요즘은 기술의 발전으로 TV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에서도 TV와 영상매체를 접할 수 있다. 성인들도 스마트폰에 중독이 되다 싶을 정도로 자제력을 잃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데 어린아이들은 오죽할까? 어린 자녀를 키우고 계시는 부모님들은 모두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시골에서 유년시절은 보내기도 했지만) 정규 TV 방송 이외에는 영상매체를 접할 길이 없었다. 정규 방송에서는 오후 5시 언저리에 어린이들이 보는 프로그램들이 시작해서 7시 전이면 모두 끝이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더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었던 상황이다. 하지만 요즘은 캐이블 TV, 유튜브, 넷플렉스 등에서 키즈 프로그램을 24시간 동안 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가 있어 나의 어린 시절과 비교하면 영상을 접할 기회가 훨씬 더 많아졌다. 최근 나의 아들도 영상을 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시간이 늘어나면서 더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지 떼를 쓰는 횟수도 많아져서 우리 부부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집에 TV를 없애버렸다.

 

우리 아이는 어떻게 영상매체에 노출되었을까? 

처음 아들에게 영상을 보여준 것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지만, 돌(12개월)이 지난 무렵쯤이 아닐까 싶다. 당시에는 TV를 보여준다기보다 여러 소리, 노래 (동요)에 노출시키는 것이 더 컸던 것 같다. 아들은 5개월부터 daycare에 다녔고, 그곳에서 선생님들은 영어를, 집에서 우리 부부는 한국말을 쓰고 있기 때문에, 아들이 daycare에서 배운 것들을 집에서 상기시켜주기 위해서 오디오와 TV 특히 유튜브 키즈 채널을 많이 틀어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부부도 어린아이들이 핸드폰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고, 특히 조카 중 한 명이 꽤 어린 나이부터 핸드폰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고 아들을 갖기 전부터 우리 아이에게는 영상을 보여줘야 한다면 TV로만 보여주고 핸드폰으로는 보여주지 말자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영상 접촉을 최대한 시키지 않으려고 처음에는 Alexa (아마존)를 통해 아마존 뮤직을 많이 들려주었다. 하지만 개월 수가 늘어나고 daycare에서 배우는 동요들이 늘어나면서 아마존 뮤직에서 들려주는 것에 한계가 있었고, 사실 노래 제목도 잘 몰랐고 검색 자체가 쉽지 않아서 유튜브 키즈 채널을 통해 동요를 찾고, 유익해 보이는 내용이면 영상 노출을 시켰던 것 같다. 하지만 12~13개월 무렵에는 영상을 틀어주어도 보는 듯 마는듯하며 쉽게 흥미를 잃고 다른 놀이를 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우리 아들은 영상에 큰 재미를 못 느끼나?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이 무렵 아들은 영상이나 오디오에서 나오는 동요 중 daycare에서 배웠던 것들이 나오면 조금씩 반응했고, 또 집중하는 모습이 이뻐 보였다. 책이나 그림카드에서 봤던 동물들이 영상에 나오면 울음소리를 흉내 냈고, 여러 가지 색깔들, 모양들, 자동차들 (중장비차), 공룡 등 많은 것들을 사실 영상을 통해 배우고 학습했던 것 같다. 이때에는 원어민이 아닌 우리 부부에게 영상이 아들에게 영어를 알려주는 하나의 교구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영상에 노출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던 것 같다. 하지만 18~20개월쯤 되니 영상에 대한 집중력이 훨씬 높아지고, 보던 영상이 재미가 없고 흥미가 떨어지면 다른 영상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며 슬슬 떼를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 무렵만 하더라도 떼를 쓰면 다른 놀이로 관심을 돌릴 수가 있었는데, 최근 두 돌이 지난 시점부터는 다른 놀이로 관심을 돌리려고 해도 들으려 하질 않고 떼만 쓰고, 온통 관심이 TV에만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고 일어나서 눈 뜨자마자 "TV", 다른 놀이를 하다가도 갑자기 TV가 생각이 나는지 "TV", 밥 먹다가도 "TV", 잠 자기 전에도 "TV" 정말 시도 때도 없이 머릿속에 TV가 떠오르는지 "TV"라고 말한다. 최대한 자제시키고, 혼내기도 하고, 다른 것으로 관심을 돌리려고 시도하고, 타이르기도 했지만 어린 아들이 너무나도 TV가 보고 싶다는 표정으로 TV, TV 그러니 안 보여 줄 수 없었고, 한 번씩 보여주던 것이 짧게는 몇십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었다.

 

 

어린아이에게 영상매체를 보여줘도 될까?

어린아이에게 영상을 노출시키면 안 좋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 어린아이를 키우고 계시는 부모님이라면 요즘 같이 영상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높아진 시대에 아이에게 영상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공감하실 것 같다. 우리의 부모 세대도 요즘에는 TV (영상)를 안 보여 줄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씀하실 정도다. 우리 아이가 점점 더 영상에 빠져들고, 하루 종일 TV 생각만 하는 것 같아 걱정이 되기 시작할 때쯤 아들의 24개월 정기검진을 가게 되었다. 정기검진을 하면서 의사 선생님께 최근 아이가 TV를 보는 횟수가 많아지고 시간이 늘어나고 있으며, 그것을 제재하면 떼를 많이 쓰는데 이것이 일반적인 거냐고 여쭤보니, 아이가 영상에 노출되지 않게 최대한 부모가 노력을 하고, TV 보다는 다른 것에 흥미를 느끼게 하라고 조언해 주시면서, 요즘에는 영상에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 많이 힘들 것이라는 것에도 공감을 해주셨다. 그럼에도 미국 소아과 협회에서는 24개월 전에는 일체 영상 노출을 시키지 말고, 24개월 이후부터는 필요에 따라 하루 최대 20분 정도만 영상에 노출시키는 것을 권장한다고 하셨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우리가 정말 많은 시간을 아들에게 TV를 보여줬구나 싶었다.

 

아이가 TV를 보여달라고 떼를 쓸 때 우리 부부가 했던 방법들

우리 부부는 아들에게 주말에만 TV를 보여주었다. 주중에는 7시 30분쯤 출근을 하고 그때 아들도 daycare에 가고, 오후 5시에서 5시 30분쯤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저녁 준비해서 먹고, 씻고 나면 잠자러 가는 시간인 8시에서 8시 30분까지 사실 시간이 별로 없다. Daycare에서 배운 것들을 물어보거나, 날씨 좋으면 집 근처로 산책을 나가거나, 책을 읽어주거나, 다른 놀이를 하다 보면 어느새 잠자는 시간이 되어버린다. 그럼에도 아들이 주중에 한 번씩 TV를 보여달라고 하면 "주말에 보여줄게, 주중에는 TV 말고 다른 것 하자"라고 약속하며 타일렀다. 하지만 주말이 되면 TV를 보여달라고 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보통 아들은 눈 뜨지 마자 TV를 보여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고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TV를 보여주긴 했으나 시간을 정하거나 에피소드 1개 혹은 2개 이런 식으로 정해 놓고 시청을 하게 했다. 개월 수가 어릴 때에는 약속 시간 혹은 약속한 에피소드 개수보다 아들이 먼저 흥미가 떨어져 다른 놀이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개월 수가 늘어나면서 집중하는 시간이 확실히 늘었고, 본인이 보고 있는 영상에 흥미를 잃으면 다른 영상을 보여 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약속한 시간 혹은 약속한 개수보다 더 보려고 떼를 쓸 때는, 볼 만큼 봤다며 TV를 그냥 꺼 보기도 했는데 계속 울고 아이의 정서상 좋지 않을 것 같아 말길을 알아듣기 시작한 시기부터는 약속 시간이 지나도 계속 보려고 떼를 쓸 때, "그럼 정말 딱 하나만 더 보고 끌 거야"라고 말해주니 더 이상 떼를 쓰지 않고 TV를 끄고 다른 놀이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 방법도 최근에는 먹히질 않았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보는 거야라고 해도, 그것이 끝이 나면 "one more"이라고 하고, "그럼 정말 딱 하나만 더 보고 끄는 거야"라고 하고 보여줘도 그것이 끝이 나면 "one more"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후의 수단으로 아내와 나는 "아들이 계속 약속 안 지키고 TV 계속 보려고 떼쓰고 울면 TV 버릴 거야, TV 없앨 거야"라고 했다. 아들이 이 말을 정확히 알아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알아 들었더라도 TV를 더 보고 싶은 마음에 떼를 쓰고 울었을 수도 있다. 암튼 이렇게 까지 말을 했는데도 아들은 더 보겠다고 울면서 떼를 써서, 거실에 있던 TV를 분리해서 쓰레기 통 옆으로 내놓아버렸다. 그러고는 차분한 목소리로 아들에게 "아들이 더 보겠다고 울고 떼쓰면 엄마 아빠가 TV를 버리겠다고 했고, 아들이 그러자고 했는데 또 TV 더 보겠다고 울고 떼 서서 엄마 아빠가 약속대로 TV 버린 거야"라고 하니 아들도 이 상황을 받아들인 건지 엄마 아빠로부터 뭔가 다른 분위기를 느낀 것인지 더 이상 울며 떼를 쓰지 않고 "TV 없어"라고 말했다. 이후 지금 까지 거실에 있던 TV는 옷방 구석에 고이 모셔져 있고, 거실에 TV가 없는 것을 보고 아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TV 없어"라는 말을 하고 있으며, TV가 없어서 인지 당연히 TV를 보여 달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이 방법이 분명 좋은 방법 혹은 최고의 방법은 아닐 수 있지만, 현시점의 우리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처음부터 영상을 보여주지 않았으면 이러한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영상을 보여주지 않기란 싶지 않다. 우리도 언제 다시 TV를 꺼내게 될지 모르지만 당장은 다시 설치할 계획은 없다. 나 역시 어린 시절 TV 보는 것을 좋아했고, 많은 시간 TV를 보며 자랐다. 어린 시절 내가 많은 시간 동안 TV를 보고 있을 때, 나의 부모님은 지금 내가 나의 아들을 보며 느끼는 마음으로 TV를 그만 보길 원하셨을 텐데 그때는 그 마음을 알지 못했다. 분명 어린 시절 TV를 보며 쌓은 추억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내가 어린 시절 많은 시간을 책 대신 TV를 보며 시간을 보낸 것이 지금 내가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데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서, 아들은 이러한 고통(?) 없이, 어린 시절부터 책 읽는 습관을 들여 책이라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다고 유익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고 싶다. 그때쯤 되면 아마도 우리 집 거실에 다시 TV가 설치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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