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포닥을 나와 가정을 꾸리고 계신 박사님들은 어느 정도 나의 글에 공감을 하실지도 모르겠다. 분명 내가 게으르고 나태한 것도 있겠지만, 가정이 있으면 특히 어린 자녀가 있다면, 완전히 본인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쉽지 않고, 영어 공부를 위한 시간 확보는 더욱 힘들다. 아이가 신생아일 때에는 영어 공부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것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두 돌이 조금 지난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현실적으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이 방법은 나만의 방법이고, 이 방법으로 영어를 마스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참고만 하시고, 본인들의 영어 공부법을 찾기를 바란다.
출퇴근 시간 활용하기
한국도 비슷하겠지만 미국에서는 직장까지 적어도 20~30분은 걸릴 것이다. 나의 경우도 집에서 직장까지 차가 막히지 않으면 30분 조금 넘게 걸린다. 출근과 퇴근 시간을 합치면 1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이 완전히 나만의 시간이다. 물론 운전에 집중을 해야 하겠지만 이 시간만 잘 활용하더라도 하루에 1시간 이상의 시간을 영어에 노출시킬 수 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교수님 한분 께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본인이 영어를 습득한 방법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그분은 미국 뉴스 혹은 지역 뉴스를 라디오로 열심히 들었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몰랐지만 계속 알아듣기 위해 집중해서 듣고 하다 보니 비슷한 말이 계속 들리고, 차츰 아는 말들이 더 많아졌다는 것이었다. 그분은 뉴스 같은 곳에서 나오는 말은 공식적이고 완벽한 영어기 때문에 다른 것 보다 뉴스를 통해 영어공부를 하라고 하셨고, 6개월만 들으면 실력이 많이 향상될 것이라고 하셨다. 그분의 말씀을 듣고 출퇴근 시간에 열심히 라디오를 들었지만 집중을 하여 들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그런지 혹은 나의 내공이 부족해서 그런지 나는 이 방법으로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대신 audible을 열심히 듣고 있다. 라디오 뉴스와는 달리 내가 관심 있는 책을 선택해서 듣기 때문에 더 집중을 해서 들을 수도 있고, 딱딱한 표현이 아니기 때문에 재미도 있다. 물론 본인의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야 하겠지만 말이다. 또한 뉴스 같은 경우는 지나간 내용을 다시 들을 수 없지만 audible 같은 경우는 여러 번 반복해서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처음 들었을 때 들리지 않았던 부분이 두 번째 들을 때는 들리는 부분이 있고, 처음 들을 때 100% 이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두 번 세 번 들으면 새로운 내용이 들리는 경험도 하였다. 더욱이 출퇴근하는 차 안에서는 들리는 말을 따라 하고 싶을 때 누구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따라 말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나의 경우 출퇴근 시간을 아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혹시 audible을 사용하고 계시는 분이나 사용할 계획이 있으신 분이라면 본인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책을 고르시겠지만, 나의 경우 Cara Bastone의 Sweet talk과 Seatmate가 듣기에 부담도 없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Sweet talk 같은 경우 실수로 문자를 잘못 보낸 남자와 그것을 받은 여자가 전화 통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로맨스 장르이고, Seatmate 같은 경우는 보스턴에서 뉴욕으로 가는 버스 옆자리에 앉은 남녀가 일상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알아가는 로맨스 장르의 책이다. 유치할 수도 있지만 첫 번째 책은 두 남녀의 전화 대화이고, 두 번째 책은 두 남녀의 일상적인 small talk이 많이 나와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표현도 많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두 책 모두 여러 번 들었고 최근에도 한 번씩 듣고 있다.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한번 들어 보시길 추천한다.
어린이 프로그램 영어로 보기
영어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도 그랬지만 아직도 어린이들이 보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쉽게 모든 내용을 이해할 수는 없다. 우리 부부는 최대한 아이에게 영상 노출을 시키지 않으려고 했지만 미국에서 누구의 도움 없이 초보 엄마 아빠가 어린아이를 키워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아이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영상 한 두 편을 보여 준 것인데 이제는 아이가 영상을 보여 달라고 떼를 쓰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상을 안 보여 줄 수는 없고 대신 아이가 보는 영상을 영어 음성의 영어 자막을 켜서 보여주고 있다. 의외로 아이들이 보는 프로그램도 나름 재미가 있고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져서 그런지 표현을 정확하게 또박또박하게 해 줘서 성인들이 보는 드라마나 시트콤보다 훨씬 듣기가 수월하다. 영어 자막을 보면 웬만하면 다 이해를 할 수 있고 소리만으로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 중에 있다. 특히나 audible 혹은 다른 영어 공부에서 익힌 표현들이 아이와 함께 보는 영상에서 나오는 경우가 제법 있었고, 이런 경우 훨씬 더 기억에 오래 남았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이와 함께 본 영상에서 보고 들은 내용이 다른 영어 공부 중에 나오면 훨씬 더 잘 외워지거나 기억에 강하게 남는 경우를 꽤 많이 경험했다. 물론 아이에게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어쩔 수 없이 보여주는 경우에는 이 시간을 아내와 나는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직장 동료들과 많은 대화 나누기
앞에서도 말했듯이 아무리 인풋이 많다고 하더라도 아웃풋이 없으면 결국 그것은 내 것이 되지 않는 경험을 많이 했다. 여러 곳에서 배우고 익힌 영어들을 직장 동료에서 써먹어 보고 최대한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 중에 있다. 직장 내 동료들은 나 보다 연장자들이어서 나와 공통 관심사 혹은 주제가 없긴 하지만 미팅 때라도 한 번이라도 더 질문을 하려고 노력하고, 내가 발표하는 내용을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하려고 노력하거나 스몰 톡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런 식으로라도 계속 나의 머릿속에 있는 표현들을 입 밖으로 내뱉어야 그나마 가지고 있는 영어 내공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나의 또래의 활발하고 말 많은 친구가 합류하게 된다면 훨씬 더 쉽고 빠르게 영어 실력을 향상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나만의 방식대로 조금씩 천천히 영어 내공을 쌓아 나가려고 한다.
논문 작성
아웃풋에는 말하기와 쓰기가 있다. 말하기는 직장 동료들과 최대한 많이 하려고 노력 중에 있고, 쓰기는 논문 작성으로 대신하고 있다. 논문 작성과 일반적인 글쓰기에는 분명 차이가 있겠지만 일단 논문은 나의 경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 영어 일기를 써 보긴 했지만 나의 나약한 의지와 게으름 때문에 길게 하진 못했다. 하지만 논문은 교수님의 당근과 채찍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제한된 시간에 작성을 해야 한다. 열심히 연구하여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여 많은 논문을 작성함으로써 나의 영어 글쓰기 능력을 향상하려고 한다. 아직은 창작의 고통을 정면으로 느끼고 있지만 언젠가 글을 술술 쓰고 있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결국 영어는 본인이 해야겠다는 절실함이 있어야 공부도 하고 실력도 향상되는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완전히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여 집중해서 영어 공부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주변에 영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료 혹은 친구들에서 먼저 다가가 말을 걸어보고 대화에 참여한다면 원하는 수준으로 영어 말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글 쓰기는 말하기와 또 다른 이야기다. 타고나는 것도 분명 있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많은 책을 읽고 많은 글을 써보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언젠가 내가 만족스러운 영어 실력을 갖게 되면 다시 한번 글로써 나의 경험들을 공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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