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거의 주말에 장을 보러 간다. 주말에 장을 봐서 냉장고를 가득 채워 놓고 일주일을 버틴 후 다시 장을 보러 가는 패턴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다행히 차로 10~15분 거리에 한인마트가 있어서 웬만한 한국 음식은 사 먹거나, 직접 해서 먹을 수 있다. 보통 한인마트와 미국 마트를 격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주엔 지난주에 든든하게 장을 봐 둔 덕에 제3의 마트로 갔다. 아내는 HomeGoods에 가고 싶어 했다. 이쁜 그릇과 다양한 주방 용품, 욕실 용품을 사러 가기 위함이었다. 우리가 간 곳은 HomeGoods와 TJ maxx가 함께 있는 꽤 규모가 있는 매장이었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에는 아이와 함께 마트를 가기가 불안하여 나 혼자 가서 모든 장을 봐 왔었다. 하지만 요즘은 유모차에 실드를 처리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아이와 함께 마트에 간다. 그동안 아들은 마트를 가도 구경만 하고 떼쓰는 일이 없었는데, 최근 조금씩 마트에 가면 간식 혹은 장난감을 보면 사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안된다고 하면 크게 울지 않고 단념을 하는 모습이었는데, 오늘은 달랐다. 아침 일찍 마트에 가서 그런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서 아들을 유모차에서 내려 주었는데 그것이 화근이 아니었나 싶다. 유모차에서 내리고부터 아들은 장난감 코너를 떠나질 않았다. 우리도 아들에게 사주고 싶은 장난감이 있나 보기 위해 한 동안 장난감 코너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아들은 그곳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참의 시간을 보내고 아내의 설득으로 장난감 코너를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부터 아들은 자꾸 안아달라고만 하고 유모차에 앉기를 거부했다. 아빠가 안아주겠다고 해도 무조건 엄마에게만 매달렸다. 아내는 쇼핑을 더 해야 했고 어쩔 수 없이 장난감 코너 찬스를 써야 했다. 장난감 코너로 가는 몇 분 안 되는 시간 동안 아들의 울음소리는 매장에 울려 퍼졌고, 이런 모습이 처음이었던 우리는 당황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다. 장난감 코너에 도착하자마자 울음을 그치며 장난감을 보며 즐거워하는 아들이 한편으로는 짠하고, 엄마 아빠의 편의를 위해 장난감 코너에 왔다 갔다 하여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우리 부부도 아들이 언젠가 마트에서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쓰는 시기가 올 거라는 것은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마트에서 떼쓰는 모습을 보니 많이 당황스럽긴 했다. 아이는 아직 그곳에 있는 장난감의 소유가 누구의 것인지 모르기에 우리는 아들에게 "이것은 우리 것이 아니라서 집에 함께 가지 못해. 여기서만 봐야 해"라고 알려주며 타이르긴 했지만 아들이 100% 이해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도 어느 정도 받아 드리는 것 같아 앞으로도 이 방법으로 물건의 소유에 대해 알려주며 타이르긴 할 텐데 이게 언제까지 통할지는 모르겠다.
세상 모든 부모가 마찬가지겠지만, 아이가 장난감을 보며 즐거워하는데 그곳을 떠나야 할 때, 아이가 울며 떼쓰면 마음이 참 좋지 않다. 그걸 알면서도 장난감 코너를 갈 수밖에 없는 상황과, 울며 떼를 쓰다가도 막상 장난감을 보면 울음을 그치고 장난감을 즐겁게 바라보는 아이를 보는 부모의 마음, 그리고 그곳을 다시 울리지 않고 떠나려고 노력하는 부모의 마음을 아이를 낳기 전엔 알지 못했다. 나의 부모님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며 우리를 키워주셨겠지.
앞으로의 장보기 시간이 살짝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는 것 같은 아들이 한없이 고맙고, 모든 것을 다해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교차하는 하루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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