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대학원에서 만났다.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에는 아내가 석사학위 마지막 학기였고, 나는 석사과정을 시작하는 학생이었다.
우리 부부의 재밌는 점은, 석사학위는 아내가 먼저 시작하였지만 아내는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 박사학위는 다른 학교에서 시작하였고, 나는 석사과정으로 입학하였지만 같은 학교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전환하여 박사학위를 아내보다 먼저 받았다.
나는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운 좋게 미국의 포닥 (Postdoc) 자리를 구하게 되었고, 박사과정 거의 마무리였던 아내는 나와 함께 미국으로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내가 미국으로 나오기 전에 결혼을 하고, 2주 정도 짧게 결혼 생활을 하고 나는 미국으로 나왔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을 아내는 한국에서, 나는 미국에서 보낸 후에, 아내는 박사학위를 받고 내가 있는 미국으로 와서 우리의 진정한 신혼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내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미국에서 포닥 자리를 구해 우리 둘 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우리 부부는 같은 직종에 있고 또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예전에는 서로의 일을 너무 잘 알아서 오히려 의견 충돌도 많고,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각자의 일에 대해 존중해 주고 이해해 주는 부분이 더 많아진 것 같다. 특히 하는 일이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오늘이 그런 날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아내의 연구에 필요한 장비가 내가 일하는 곳에 있어서 나의 보스의 동의하에 아내가 그 장비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아내와 나의 출근 방향이 정확히 반대인데, 오늘은 나의 차를 타고 아내와 함께 내가 일하는 곳으로 출근하였다. 주말이나 휴일에 서로 할 일이 있는 경우, 나의 직장이나 아내에 직장에 함께 가 본 적은 있지만 평일에 함께 출근하는 것은 상당히 색다른 경험이었다.
퇴근길에는 아내가 "매주 논문을 한편 골라 읽자"라는 제안도 하였다. 사실 이 제안은 예전부터 하였던 것인데 우리 둘 다 나태해져서 미루고 미뤘던 일이다. 더 이상을 미뤄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위기감에 당장 다음 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매주 일요일 밤 아들을 재워 놓고 논문을 읽는 시간을 보내기로 했으니, 일요일에는 그날 읽은 논문 내용도 간단하게 정리해 적어 두는 것도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같은 직종에 있는 부부들이 좋을지 다른 직종에 있는 부부들이 좋을지 알 수는 없다. 분명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상황마다 다를 것 같다. 우리 부부는 같은 직종에 있어서 나는 아내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일에 대한 주제로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부디 아내도 나와 같은 생각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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