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면서 가장 큰 걱정 중 하나가 아플 때이다.
사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에도 크게 아픈 적이 없었고, 병원에 간 적도 거의 없었다. 결혼을 해서 미국으로 나온 지금, 아내와 아들이 아플 때 걱정이 많이 된다. 아내도 아내이지만 아들이 아플 때에는 어떠한 것도 할 수가 없고, 아이에게만 매달리게 된다. 아들이 태서 나서 지금까지 크고 작은 일들로 병원에 갔지만, 미국에서 병원 가는 것이 만만치가 않고, 간다고 하더라도 딱히 처방을 해주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박테리아 감염인 경우에만 항생제를 처방받아서 먹였었고, 단순 고열로는 어떠한 처방도 해주지 않았다.
23개월 동안 고열이 난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오늘처럼 감기 혹은 감염이 아닌 이유로 고열이 나는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Daycare를 갔다 와서 아들은 말린 망고를 먹었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으며, 평상시와 같이 나와 함께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할 때 에어컨 바람 때문에 조금 추운 듯한 기운은 느껴졌지만 물기를 닦고 나와서는 다시 정상적으로 체온이 유지되는 듯하였다. 문제는 저녁식사 이후였다. Daycare에서 점심식사를 거부하였길래 저녁을 잘 먹을 줄 알았는데 속이 불편한지, 혹은 피곤한지 저녁식사는 먹는 둥 마는 둥 하였다. 목이 마른 지 물을 달라길래 냉장고에 있던 시원한 물을 줬는데 이것이 문제였을까... 사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샤워하는 동안 쌀쌀한 기운? 씻고 나서 바로 먹은 저녁식사? 식사 중에 먹었던 찬물? 아마 이 모든 것이 복합적이었겠지? 갑자기 아들의 손발이 차지고 머리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체온계에 102.5F까지 찍혔다. 일요일 이후 대변을 보지 못한 영향도 있었을 것 같고, 마치 급체한 듯한 모습이었다. 아내와 나는 아들의 배와 손, 발을 마사지해주고 계속 체온을 확인했다.
아들은 집안이 답답한지 자꾸 밖으로 나가자고 해서 산책을 나가도, 아내에게 안겨만 있었고 그러다 결국 토를 하기까지 했다. 평상시에는 산책을 나가면 적어도 30분은 돌고 들어오는데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인지 빨리 집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집으로 들어와서도 영 힘이 없어 보였다. 아내에게 계속 안겨있다 눞여 주니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30분쯤 잤을까? 다시 일어나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소화가 됐는지 혹은 배가 고팠는지 평소 좋아하던 피스타치오와 우유를 달라고 했다. 우리 부부는 뭐라도 먹으니 다행인 마음이었고, 아들은 우유 한통을 비우고는 TV를 보여달라고 했다. 평일에는 TV를 보여주지 않는데 오늘은 왠지 보여줘야만 할 것 같았다. TV를 보는 동안 체온을 측정해 보니 거의 정상으로 열이 떨어졌다. 2시간 남짓 되는 시간 동안의 일었다.
잠들기 전엔 이틀 동안 보지 못한 대변까지 봤으니, 부디 푹 자고 정상체온으로 웃으며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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