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둘 다 직장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아들을 어린이집 (daycare)에 보낼 수밖에 없다.
한국도 비슷하겠지만, 미국에서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어린이집 예약을 해 둬야 원하는 시기에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아들이 코로나가 한창일 때 태어나서 우리는 아들을 최대한 늦게, 적어도 6개월 이후에나 어린이집에 보낼 계획이었다. 어린이집 후보에는 아내 직장 내에 있는 어린이집, 나의 직장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 그리고 집 근처 어린이집, 이렇게 3 곳이었다. 아내 직장 내에 있는 어린이집은 그 당시 아내가 운전을 하지 않아서 일단 제일 마지막 선택지였고, 나의 직장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과 집 근처 평이 좋은 어린이집 중에서 고민을 하였다. 나의 직장까지는 적어도 30분 이상 차를 타고 가야 해서 이동 중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오면 아들을 빠르게 픽업하러 갈 수 있는 장점이 있었고, 반대로 집 근처 어린이집은 이동 거리가 5분도 되지 않지만 직장에 있는 동안 어린이 집에서 연락이 오면 아들을 픽업하기 위해 최소 30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6개월부터 보낼 계획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아들이 약 4개월쯤부터 이런 고민을 했고, 집 근처 어린이집과 나의 직장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각각 연락을 해 보았다. 나의 직장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역시나 대기를 해서 순번을 기다려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고, 집 근처 어린이집은 다행히 자리가 있어 바로 등록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내와 고민 끝에 일단 집 근처 어린이집 투어를 갔고 시설, 선생님들, 분위기 등 여러 가지가 좋아 보여 아들을 등록시키기로 결정 내렸다. 6개월부터 보내고 싶었지만 아들이 5개월이 되던 달부터 어린이 집을 가기 시작했다. 참고로 그 당시 어린이집 비용은 이미 $2000가 넘었었다.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낸 첫날은 정말 마음이 짠하였다. 아이가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어린이집에서 중간중간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 주는데, 온통 신경이 아들에게 쏠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한동안 아들의 일과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내주기만을 기다렸던 것 같다. 현재 아들이 다니고 있는 어린이 집은 infant-toddler 방의 경우 선생님 1명당 아이 3명을 보는 시스템이다. 신생아 때는 선생님 두 분 깨서 아이 6명을 한 방에서 돌 봐주셨고, 지금은 toddler 방으로 옮겨 선생님 3명이 아이들 9명을 봐주고 계신다. 어린이집은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운영을 하고 있다. 아내의 commute bus의 막차가 아침 7시 30분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아내의 출근시간에 맞춰 집을 나선다. 아내를 버스 정류장에 내려주고 아들을 7시 30분 무렵 어린이집에 내려준다. 어린이집 일과는 9시쯤 아침식사를 하고, 오전 일과를 한 후 12시가 좀 지난 시간에 점심을 먹고, 보통 12시 30분에서 1시 사이에 낮잠을 잔다. 아들은 요즘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 오후 낮잠을 자고 일어난다. 오후 낮잠 이후 3시가 좀 지나서 오후 스낵을 먹고 오후 일정을 하고 있으면 내가 오후 5시 언저리에 아들을 픽업하러 간다. 식사는 어린이집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해서 따로 아들의 식사를 집에서 챙겨 보내진 않는다. 오전 일과 시간에는 매주 주제를 정해서 그 주제에 대해 일주일 동안 반복해서 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 노래도 부르고, 그림도 그리고 ,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듯하다. 여름 동안에는 추가 비용을 내긴 하지만, 수요일 목요일에 물놀이도 하고 나머지 날에도 외부 업체와 연계해서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아들을 어린이집에 내려주면 울지 않고 어린이집에 걸어 들어간다. 간혹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 들어갈 때도 있다. 아들이 워낙 아기 일 때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해서 평일에는 당연히 어린이집에 가는 것으로 인지를 하고 있는 것인지,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아들을 많이 이뻐해 주시는데 그런 분위기가 좋아서 인지, 아니면 정말 어린이집에서 하는 놀이들이 재미있어서 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런 아들이 대견하고 기특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짠하기도 하다.
한국도 비슷한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어린이집에서는 하교 시간이 아닌데 한 번씩 아이를 데리고 가라고 연락을 줄 때가 있다. 아이가 열이 나거나 토하거나 설사를 하면 무조건 데리고 가라고 연락을 준다. 아들도 지금까지 하교 시간 전에 연락을 받아 집으로 데리고 온 적이 몇 번 있다. 설사를 하루에 2번 이상한다고 데려왔었고, 음식을 먹다가 토를 해서 몇 번 데리고 왔었다. 일을 하던 중이지만 아이를 데려가라고 연락이 오면, 나의 보스는 하던데 까지만 마무리하고 빨리 아이를 데리러 가라고 해 주신다. 보통, 열이 나면 특히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아예 등교를 시키지 않고, 감기 기운이 있거나 전염성이 강한 질병에 걸려도 처음부터 집에 데리고 있는데, 아침에 건강하게 어린이집에 갔다가 열이 나거나 설사를 하거나 토를 하면 예상치 못하게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기 때문에 일과 시간에 한 번씩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오면 늘 걱정이 앞선다. 한국에 있으면 주변 지인이나 부모님 찬스를 쓸 수도 있을 텐데 여기는 우리 부부밖에 없어서 우리가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아들이 영 음식을 먹지 못했다. 열은 없었지만 약간의 기침과 콧물이 흘렀고, 한 번씩 헛구역질까지 했다. 증상이 심해 보이진 않았지만 평상시와는 달라 보였다. 7시 30분 전까지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나 집에 데리고 있어야 하나 한참을 고민한 끝에 아들을 아내가 집에서 데리고 있기로 결정했다. 출근해 있는 내내 아들의 증상이 심해질까 봐, 아들이 아내에게 많이 보채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됐다. 퇴근 후 아들의 모습은 다행히도 증상이 더 심해지진 않았고, 잘 놀고 있었다. 오늘 기온도 많이 올라서 밖에 나가기도 힘들었을 텐데 산책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산책까지 시켜준 아내가 정말 고생스러웠을 것 같다. 아내에겐 늘 고마운 마음뿐이다.
부디 내일 아침엔 아들의 컨디션이 정상으로 회복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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