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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미국 후라이드 치킨

by 골드파파 2022. 8. 7.

미국에 나온 이후로 한국에서 먹던 한국식 치킨이 한 번씩 그리울 때가 있다. 다른 것은 직접 해 먹거나 사 먹을 수 있는데, 치킨은 직접 만들어도 한국 프랜차이즈 치킨 맛을 흉내 정도만 낼 수 있지 그 느낌이 나질 않고, 파는 곳도 있지만 한국에서 먹던 것과 차이가 많이 난다. 그나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한국과 비슷한 느낌의 치킨은 파파이스나 KFC 정도였다. 그러다 집 근처 Safeway에서 직접 튀겨서 파는 후라이드 치킨을 접하였고, 그 맛이 나쁘지 않아 후라이드 치킨이 먹고 싶을 때는 Safeway로 간다.

 

어제도 아내가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해서 우린 고민 없이 Safeway 치킨을 선택했다. 얼마 전에 이곳 치킨을 사 먹었는데, 그때 아들이 제법 치킨을 먹어서 치킨 양이 조금 부족한 느낌을 받았었다. 보통, 8조각 (한 마리)을 주문하는데 어제는 여유 있게 치킨 두 마리 (16 조각)를 먹어보기로 했다. 요 며칠 아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아내와 아들은 집에 있고 나 혼자 가서 치킨을 사 오기로 했다. Safeway에 도착해서 후라이드 치킨 16 조각을 주문하였는데 직원이 튀겨놓은 치킨이 부족하다며 7분 정도 후에 튀기고 있는 치킨이 나온다며 기다리겠냐고 해서 나는 기다린다고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몇 분이 흐르고 다른 직원이 와서 어떤 것을 원하냐고 하길래  후라이드 치킨 16 조각을 원하다고 했더니 치킨이 없다고 했다. 나는 알고 있다며 지금 튀겨지고 있는 치킨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더니 그 직원은 현재 튀겨지는 치킨도 16조각은 없다며 8조각 밖에 없다고 했다. 누가 봐도 큰 튀김 통인데 거기에 8조각만 튀길 일은 없을 텐데, 나는 직원과 실랑이를 하기 싫어 그럼 8조각만 달라고 했다. 그러고 몇 분 후 튀김기가 완료되어 그 직원은 나의 치킨을 담아주었고, 멀리서 보이는 것만으로도 튀김기 안의 치킨 양은 엄청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런저런 생각이 났다. 그 직원은 왜 나에게 8 조각만 있다고 했을까. 막 튀긴 맛있는 치킨을 여러 사람에게 판매하고 싶어서? 나의 영어가 알아듣기 힘들었나? 혹시 인종차별? 이유를 그 직원에게 물어보기 전엔 알 수 없지만 솔직히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다. 왜 있는데 안 파는 거야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어도 집에 와서 갓 튀긴 치킨을 먹으니 맛은 엄청 좋았다. 아내에게 내가 겪은 일을 설명하며 8조각 밖에 사 오지 못한 이유를 알려주었다. 아내와 나는 여러 가지 추측을 하며 치킨을 먹었다. 지난번과는 달리 어제는 아들이 치킨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치킨이 조금 남았다.

 

치킨을 다 먹고 나서야 8조각의 치킨만 사 오길 잘했구나 싶었고 온갖 생각으로 그 직원의 행동을 추측한 나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평상시 같으면 애초에 8조각의 치킨만 시켰을 텐데 어제는 배가 많이 고팠던지, 아들이 지난번에 잘 먹어서 많이 먹이고 싶은 마음에 더 주문을 하고 싶었던지 아님 복합적이었던지 잘 모르겠다.  정말 그 직원에게 8조각의 치킨 밖에 없어서 8조각만 샀더라도 어제와 같은 기분이었을까? 아마도 내가 원래 사고 싶은 양 보다 적게 살 수밖에 없어 아쉬운 마음은 들었겠지. 하지만 어제는 16조각의 치킨 주문이 거절당했다는 것보다 충분한 양의 치킨이 있으면서 제한된 양만 판매하는 그 직원의 거짓말이 나의 기분을 좋지 않게 한 것 같다. (물론 그 직원 때문에 적당한 양을 주문하여 충분한 양으로 맛있게 먹긴 했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든,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생기면 그때는 그 자리에서 물어보자. 그 사람의 의도도 모른 채 그 사람의 행동을 추측하는 것이 얼마나 좋지 않은 행동이었는지 다시 한번 깊게 알게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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