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교수님과 데이터 미팅을 할 때와 미국에 와서 lab meeting 동안 data presentation을 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는 글이기 때문에 분명 사람들 마다 차이는 있을 것입니다. 미국으로 포닥을 나오려고 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작성합니다.
한국에서의 lab meeting
내가 학위를 막 들어갔을 때 랩 멤버는 포닥 한 명, 박사학위 학생 1명, 나를 포함한 석사학위 학생 4명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랩에서 매일 아침 학생들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돌아가며 journal 발표를 했고, 발표한 날 오후에는 교수님 그리고 포닥 박사님과 함께 data meeting을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논문 발표와 data meeting을 한 셈이다. 석박사 통합과정을 했기 때문에 다른 랩에서 생활을 해 보지 않았지만, 다른 랩들도 내가 있었던 랩과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
석사 1학기 때에는 교수님께서 준비해 주신 실험에 필요한 원서를 월요일 아침마다 읽었다. 마치 1 :1 과외를 받는 것처럼 원서를 읽으며 해석도 하고, 필요한 부분은 교수님께서 설명을 해 주셨다. 원서가 익숙지 않아 매우 힘들었던 시기로 기억되지만 6개월 동안 매주 시간을 내서 공부시켜 주신 교수님께 감사한 마음이 컸다. 실험실 생활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data meeting 또한 포닥 박사님의 연구를 도와드리며 실험기법을 하나씩 배우며 나오는 결과를 교수님과 discussion 하였다. 솔직히 1학기 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박사님과 교수님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 입장이었다.
2학기 때부터는 논문 발표를 시작했고 나의 연구 주제가 생겨서 나의 data를 가지고 교수님과 discussion 하였다. 내가 발표할 논문을 거의 일주일 전부터 미리 읽고 준비를 해서 발표를 했지만 버벅거리기 일쑤였고, 교수님께서 하시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논문 발표 시간은 교수님께서 학생들이 얼마나 논문을 이해하고 왔는지, 기본 개념을 얼마나 숙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test 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Data meeting도 주로 교수님과 박사님이 이야기를 하시고 나는 주로 듣는 입장이었다.
3~4학기 때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박사님께서 미국으로 포닥을 나가셨기 때문에 교수님과 1:1 data discussion을 해야 했다. 교수님과의 1:1 data meeting은 부담스러웠지만, 논문 발표는 어느 정도 숙달이 되어서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data meeting이든 논문 발표든 주로 교수님께서 리드를 하셨다. 물론 논문 발표 및 데이터 설명은 학생들이 하지만 발표가 끝나거나 data 설명이 끝난 후에는 교수님께서 질문을 하시고 아이디어를 제시하셨다. 이러한 방식으로 트레이닝을 받다 보니 논문 발표 능력 혹은 실험 스킬은 눈에 띄게 늘었지만 아이디어 창출 능력을 키울 수가 없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실험의 전체적인 스토리 혹은 관련 분야에서 돌아가는 판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 또한 아이디어를 낼 수가 없었던 이유였을 것이다.
석박사 통합과정을 수료했을 무렵부터는 교수님과 어느 정도 discussion이 되지 않았나 스스로 생각한다. 교수님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족하게 느껴지셨는지 모르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수료 전에는 교수님의 지시를 받아 실험을 하는 테크니션에 가까웠다면 수료할 무렵부터는 내가 만들어 낸 결과를 스스로 분석해서 실험 방향의 문제점 혹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고, 논문에서 본 내용과 나의 결과를 비교 분석하면서 아이디어를 조금씩 창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실험의 큰 줄기는 교수님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온전한 나의 아이디어로 실험을 진행하는 능력은 여전히 부족했던 것 같다.
박사 학위를 받고 난 후에도 같은 랩에서 1년 반 정도 포닥으로 박사학위 동안 마무리 짓지 못한 실험들을 마무리하였다. 이 시기는 학위 동안 발견한 결과들의 기작을 찾는 시기였다. 이런저런 가능성을 가지고 실험을 진행했고, 나의 주장이 강해지는 시기여서 교수님과 의견 충돌도 있긴 했지만, 6~7년을 교수님의 지도를 받아와서 인지 강력하게 나의 주장을 펼치지는 못하고 결국 교수님의 의견을 따라야 했고, 나중에 교수님께서 나의 의견을 수용해 주시면 그것으로 만족했었던 기억이 난다.
미국에서의 lab meeting
미국에 포닥을 나와서 lab을 한번 옮겼다. 처음 간 랩은 나의 backgroud와 정확하게 일치하진 않았지만 크게 보면 결국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교수님과 나의 지도 위원 교수님께서 추천해 주셔서 랩에 합류하게 되었다. 미국에서의 첫 번째 랩에는 박사학위 졸업 예정자 한 명과 나를 포함한 포닥 4~5명으로 구성된 랩이었다. 교수님이 MD여서 랩에 상주하시지는 않았지만 매주 화요일 오전 journal club을 하고, 목요일 오후에 data meeting을 하였다. journal club은 한국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논문을 선정하고 PPT를 만들어 논문을 발표한 후 교수님과 동료 포닥들이 디스커션을 하는 방식이었다. data presentation이 한국에서와 조금 달랐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나를 포함해서 교수님 혹은 교수님과 포닥 박사님 이렇게 둘 혹은 셋이서 나의 연구 주제에 대해서만 디스커션 하였다. 한국에서 학위를 할 때에는 보통 7시 30분 정도에 랩에 가서 오후 10시~10:30분 정도에 집으로 가는 스케줄이었기 때문에 1주일 혹은 2주일에 한 번씩 데이터 디스커션을 하면 상당량의 data가 쌓여서 보통 1시간 정도 디스커션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첫 번째 랩에서는 모든 포닥들이 목요일 오후에 모여 일주일 동한 한 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디스커션을 하였다. 한국에서와 큰 차이는 데이터 양을 크게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 같다. 보통 슬라이드 1~2장을 발표했고, 교수님께 실험진행 사항을 보고하는 느낌이었다. 실험을 한 목적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명해 드리면 교수님께서 납득이 안 가는 부분에 대해 질문하시고, 그에 대해 답변하고, 그러면서 연구방향을 정해나가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랩의 다른 동료들이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서로 도움이 되거나 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간혹 나쁜 마음을 먹어서 인지 아님 정말 생각이 없었던 것인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가로채 가는 경우가 종종 발행하기도 했다.
첫 번째 랩에서 1년 반 정도의 포닥 생활을 한 후 현재의 랩으로 옮기게 되었다. 이곳은 나의 background와 같은 연구를 하는 곳이다. 나의 PI는 MD, PhD를 소지하신 분으로 이론적으로나 실험적으로 배경지식이 풍부하신 분이지만 랩과 진료를 보는 곳이 거리가 있다 보니 랩에는 거의 오시지 않는다. 대신 함께 연구를 하시는 Co-PI분이 나의 연구를 지도해 주시고 수시로 디스커션을 해 주신다. 어떻게 보면 boss가 2명인 셈인데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처음 이 랩에 합류해서는 Co-PI의 지도를 받으며 일을 진행했다. data discussion도 Co-PI 하고만 했었다. 내가 합류했을 때에는 랩 메니져 격의 senior scientist 한 명, 박사학위 교환학생 한 명이 있었다. 교환 학생은 중국학생이었고, 나는 영어가 서툴렀기 때문에 Co-PI는 중국 학생과 나를 격주로 데이터 발표를 하게 하셨다. 박사학위 학생도 결국 학위 발표를 해야 하는 것이고, 나도 영어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슬라이드 한 두 장 발표하는 것이 아닌 Introduction, data presentation, further study 등을 포함하는 제대로 된 데이터 발표였다. 격주로 하기 때문에 인트로 부분은 크게 바뀌는 것이 없었지만, 용어와 전체적인 흐름을 익히는 목적으로 반복되게 발표롤 하게 하셨다. 추가되는 data에 대해서 디스커션 하고, 인트로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을 코멘트해 주시면 추가하거나 수정하는 방식으로 몇 개월을 진행하였다. 1~2년 차에는 grant를 위한 (?) 실험을 주로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곳에 포닥으로 뽑힌 이유이기 때문이다. 1~2년 차에 실험을 하면서 나온 결과들을 바탕으로 나만의 연구 주제를 하나 만들었고 grant를 위한 실험과 나만의 연구를 병행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랩이 셧다운 되기도 하고 코로나가 한창일 때에는 줌 미팅을 매주 하였고, 현재는 데이터 발표는 대면으로 하고 논문 발표는 여전히 줌으로 하고 있다.
논문 발표는 수요일 오전에 2주에 한 번씩 한다. 부서의 모든 PI들과 포닥들이 발표를 하기 때문에 나의 순서는 몇 개월에 한 번씩 돌아온다. 같은 부서 사람들이기 때문에 전체 주제는 같지만 랩마다 관심사 혹은 target tissue가 다르기 때문에 나의 연구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경우는 잘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발표 스킬을 배울 수 있고 디스커션 혹은 코멘트하는 것을 통해 여러 가지 배우고 있다. 좋은 점은 부서장 (나의 PI)께서 논문 발표가 끝난 후 기본 개념을 정리해 주실 때도 있고, 중요한 포인트를 꼭 집어주시기 때문에 의미 있는 시간인 것 같다.
현재, lab meeting은 화요일 오전 Co-PI와 나를 포함한 3~4명의 부서사람들이 일주일 동안의 실험의 결과, 진행 사항 혹은 연구 방향 등에 대해 비격식으로 대면 미팅을 하고 있다. 보통은 슬라이드 1~2장 정도 준비하고, 슬라이드 없이도 진행 사항 혹은 다른 discussion 사항이 있으면 서로 의견을 나눈다. 목요일 오전에는 나의 PI와 2~3명의 부서 사람들이 본인의 연구 결과를 update 해 드린다. 둘 다 비격식으로 하는 미팅이지만 아무래도 목요일 미팅보다는 화요일 미팅이 서로 부담 없이 편하게 의견을 나누는 것 같다.
랩미팅에 임하는 마음가짐
한국에서 학위를 할 때에는 실험실 경험도 없고, 교과서에서 배운 기초 지식정도로 논문을 읽고 실험을 하고, 랩미팅에 논문 발표, 밤에는 강의까지 들어야 했기 때문에 하루 24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고, 남들보다 뒤처져 있다는 생각에 남들보다 일찍 가서 남들보다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랩미팅을 할 때나 논문 발표를 할 때에도 이미 교수님은 다 알고 계신 느낌을 받아 말 한마디 하기가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문 발표시간에는 내가 발표할 때나 남들이 발표할 때 적어도 하나의 질문을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교수님 입장에서는 하찮게 (?) 느껴질 수 있는 질문들 까지도 했었다. 남이 발표하는 논문이라고 입 다물고 가만히 앉아있으면 1시간에서 1시간 30분 동안의 내용 중에 나에게 남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처음에는 하찮은 질문들을 하였지만, 질문을 하다 보면 생각을 하게 되고 나중에는 좀 더 고급질문 혹은 중요한 질문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나중에 느낀 것이지만, 질문을 하다 보면 내가 모르는 내용은 교수님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결국 내가 모르면 아직 논문으로 보고가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논문 발표의 경우, 내가 선정해서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들이 아직 그 논문을 읽지 않은 경우가 있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미 읽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데이터 발표는 다르다. 나의 데이터는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아이디어가 비록 교수님의 것이라고 해도 결과에 대해서는 내가 교수님 보다 더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미 보고된 결과가 있는지 그것에 부합하는지, 이미 보고된 결과와 나의 결과가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등을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을 교수님보다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해야만 한다. 내가 가진 결과로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지에 대한 능력이 안 되는 시기에도 교수님이 나의 데이터에 대해 질문을 했을 때 그 데이터가 어떻고, 이미 보고가 되어 있는지, 보고가 되어있다면 어떤 식으로 되어 있는지 정도까지는 파악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경우에는 내가 생각해 내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교수님께서 떠올려 내시는 경우가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해서 논문을 만들기도 했었다.
미국으로 포닥을 나와서는 언어라는 장벽이 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아직까지 영어에 어려움이 있고, 자신감이 부족하다. 한국에서 처럼 다른 사람들의 논문 발표 때 적어도 하나의 질문을 해야지 라는 마음가짐으로 journal club에 참석하여 실제로 한 번씩 질문을 하기도 하지만, 내가 질문을 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이 먼저 내가 궁금한 것까지 질문을 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눈치를 보지 말고 먼저 질문을 해야 하는데 성격 탓인지 언어의 장벽인지 아직 그것이 쉽지가 않다.
그나마 랩미팅의 경우는 소규모로 격식 없이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journal club보다는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듯이 격식 없이 의견을 주고받기 때문에 가끔은 너무나도 기초적인 것까지 터치하는 경우가 있다. 석사학위 학생들에게나 할 법한 조언들도 하기도 하고, 이미 숙달된 실험 기법까지 터치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말인지는 알지만 이러한 것들이 한 번씩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때가 있다. 내가 원하는 조언을 해 준다기보다는 본인들이 하고 싶은 조언을 하는 느낌 (?) 이랄까? 사실 이것은 사람에 따라 전혀 기분이 상하지 않을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상당히 불쾌한 일 일 수도 있다. 미국으로 포닥을 나와서 이러한 이야기까지 들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기도 하는데 몇 년간의 미국 포닥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그러한 조언을 해 주는 사람들을 오히려 내 편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것이다. 물론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런저런 조언들을 최대한 넓은 마음으로 듣고, 불필요하게 언쟁을 할 필요 없이 모든 것을 듣고,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들을 수용해서 나의 연구에 적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 또한 그러한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에게 Co-work을 제안해서 그들이 해 주는 조언을 그들 스스로에게 부탁을 해서 결과를 받아서 일을 진행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조언해 주는 사람이 정말 진심으로 조언을 해 주고 있을 때에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한국에서와 달리 미국에서의 포닥 생활은 언어가 큰 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미국으로 포닥을 나왔다는 것은 적어도 실험스킬 혹은 데이터 생산에는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영어 공부에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모국어만큼은 아니더라도 일을 함에 있어서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실력을 키워 서로 디스커션 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한다면 분명 원하는 바를 생각보다 일찍 이룰 수 있을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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